2011. 10. 31. 18:17 글쓰기/Be문학 非문학
도서관, 책, 길, 겨울
도서관에서 과제를 하던 중에 희끄무레한 무엇이 보였다. 눈인 줄 알고 "아, 이제 겨울인가?" 하다가 깜짝 놀라서 다시 보니 다행히도 길에 있는 흰 차들이었다. 갑자기 느꼈다, 이제 곧 진짜 겨울이다.
항상 이맘때쯤 느끼는 것이 있다, 이룬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두려움. 도서관에 앉아 무언가 하고 있지만, 옆에 있는 빈자리들을 보며 외로움과 우월감을 느끼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락함은 없다. 난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
다시 한 번 창밖을 바라본다. 이렇게 이 자리에 앉아있으면, 이제 곧 진짜 겨울도 다가오겠지. 창 밖에 첫눈이, 둘째 눈이, 그리고 이제 함박눈도 보게 될 거야. 그리고 난 그 길들을 걸어가며, 다시 하늘을 보겠지.
책 속에는 하늘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나는 아직 하늘을, 파란, 바람이 부는, 그 아름다움을 상상해. 그 곳에 네가 있을까? 너도 함께 있을 수 있을까? 책 속에는 없지만 그래도 나의 손에는, 손끝에서 피어나는 짤막한 잉크 속에는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 겨울날, 너와 내가 함께 걸었던 길, 이제는 추억으로도 남길 자격이 되지 못하는 그 안타까움. 이제는 함께 있겠지. 그래,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