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종의 설치 목적은 예술영재 교육과 실기전문가 양성이다. 그런데 예술실기전문학교로 출발한 한예종이 1998년 설치령을 개정해 '총장' '대학'이라는 명칭을 쓰고 몸집을 키우면서 마찰이 시작됐다. 2004년 학교명을 '한국예술학교'로 바꾸고 대학원을 설치해 석·박사 학위를 수여할 수 있도록 하는 '한국예술학교 설치법 제정안'을 추진하자 다른 예술 관련대학 교수·학생들이 격렬히 반대했다. [조선일보]
 
통섭교육의 경우 다양한 예술 장르와 인문학, 뉴미디어 과학기술 등이 서로 소통하는 학제간 융합 교육을 통해 전인적 예술인을 양성하자는 취지를 목표로 삼았으나 지난해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 과정이 예술 실기 전문가 양성이란 학교의 취지와 어긋난다며 중단 지시를 내렸다. 또 올해 문화부가 예산을 전액 삭감해 학교 쪽은 기성회비에서 관련 비용을 끌어쓰며 관련 과정을 진행해왔다. 변희재, 정진수씨 등의 문화계 보수 인사들과 보수 인터넷 매체들은 이 통섭교육이야말로 좌파 세력들의 자리를 만들어주려는 구실이라며 집중적으로 공격해왔다. [한겨래]
 
세계적인 경제 위기는 아직도 완전히 회복되진 못하였고, 이를 통한 많은 변화들은 다신 변화 이전을 상상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서구 세계는 현재 대격변(大激變)의 시기를 지내고 있다. 북한은 다시 도발(挑發)을 준비하고 있다. 경제를 다시 발전시키겠다고 시작한 보수(保守) 정권은 시기를 잘못 탔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채 아직도 뒷걸음질 치고만 있다. 서울대학교의 교수들은 시국선언(時局宣言)을 하기에 나섰다. 노사모 회원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발길은 아직도 봉하마을을 북적이게 하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Korea National University of Arts, 줄여서 예종) 학생들은 Art is our power 라고 외치며, 죽창이 아닌 예술로 싸우자고 하고 있었다.
난 이중에서 무엇보다도, 예종 학생들에 대한 언급을 넘길 수가 없다. 경제적인 것이 문제가 아니다. 가족 중에 한 명이 그 학교에 재학 중이기에 가볍게 넘길 수가 없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이다.
예종은 이미 한국 수준을 뛰어 넘어 세계 수준에 있는 학교라고 한다. 그리고 예술 부문은 매우 섬세한 손길이 요구되는 분야이다(황지우 시인 曰). 그런데 이러한 것은 매우 지극히 경제적인 잣대를 가진 관료 계층의 입장에서, 매우 거슬리는 존재이다. 지금 그들이 말하는 ‘이론 부문 축소’의 의미란, 예술인을 기계 부품으로 판단하겠다는 시도이다. 철저하게 경제적 가치로 판단하여 보편적(普遍的)으로 사용할 수 있는(체제(體制)에 쉽게 편입 가능한) ‘노동자’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현재 예종 학생들, 특히 이론과 학생들의 입장은 대략 ‘모래 위의 성’ 이라고 할 수 있다. 아니, 학교 전체가 그러한 상황이다. 언제라도 당장 학교의 체계(體系)가 무너질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난 이에 대해 묻고 싶다. 정치 싸움을 학교까지 이어와서, ‘학생들’에게까지 정치적 입장을 강요하는 것이 옳은가? 학생들은 아직 순수해도 되는 때이다. 즉, 정치적으로 중립이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중립을 취하는 자는 급진 시민단체들에겐 ‘우파’ 로, 기성세대나 기득권자들에게는 ‘좌파’ 로 몰려 버리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이것은 필자(筆者)의 경험담이다). 건국대 학생들이 430때 그러했듯이, 학생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가지고 싶어 한다. 누군가가 찬성하는 이가 있다면 반대하는 이도 있고, 그에 대해 의견표명(意見表明)을 하지 않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배우는 자의 모습이다. 또한 그것은 가르치는 자의 모습이어야 한다.
예술에 대한 투자는 분명히 리스크가 큰 사업이다. 그에 비해 눈에 보이는 수익은 매우 작은 편이다. 하지만 그렇게 눈에 보이는 가치만을 따지는 것은 경제학이 아닌 단순한 행정 • 회계학에 불과하다. 경제학도라면 현재의 수익이 아닌, 미래의 수익을 계산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기회비용과 할인율까지 생각할 수 있는, 경제학의 입장이다.
Posted by 미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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