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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7.03 단편
박격포를 쏘아대는 소리가 그쳤다. 그리고 정적. 잠시간의 정적이다. 하지만 이제 더 큰 불행이 다가올 것이다. 이미 탱크의 소리가 들린다. 이 방 안에 숨어 있을 시간도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 그리고 잠시간 동안 나는 지금까지 나를 지켜주었던 무기를 점검한다. 내가 군에 들어왔을 때 가장 처음 지급되었던 화기. 그리고 지금까지 나를 지켜 주었던 무기, 톰슨. 그리고 그 옆에는 얼마 전 독일군 저격수에게서 노획한 Kar98k 저격소총이 있었다. 명중률은 상당히 높았다. 단점이라면 아직 내게 영점을 맞출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쓰기가 쉽지 않다는 것 뿐. 그리고 이제 이 무기들도 마지막을 향해 가는 것을 느끼는 듯하다.

처음에 이 무기를 노획하려 했을 때 모든 소대원들은 비웃었다. 총을 두 개나 들고 다니면 무거워서 뛰질 못할 거라고. 그렇게 모두 비웃었다. 먹보로 불리던 톰도, 그리고 사투리를 쓰는 캣도, 그리고 내 가장 든든한 보루였던 존도. 하지만 그들 모두 없다. 그들은 모두 내 눈에 보이지 않는다. 내 눈이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죽은 것도 아니고. 단지 보이지 않을 뿐이다.

나는 고립되었다. 공수부대원으로서 이곳에 낙하한 지도 이제 일주일. 우리 소대의 무전병은 없다. 그리고 현재 위치도 알 수 없다. 게다가 전투 중에 모두 흩어져서 보이지 않는다. 살아있다고 믿기는 하지만 점점 힘들어진다.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 게다가 지금 소대원들과 나는 떨어져 있다. 결론적으로, 나는 지금 혼자 있다. 어두운 방 안에 겨우 두개의 무기를 가지고 말이다. 좋지 않은 상황. 솔직히 말하자면 끔찍한 상황이다. 하지만 오랜 훈련으로 인한 내 몸의 반응은 두려움을 없애 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이런 중에 발소리가 들리면 말이다.

타각. 타각.

발소리가 들린다. 탑을 올라오는 소리. 그리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지껄이고 있었다. 하지만 확실히 알 수 있다. 저것은 독일어다. 그것도 군인들이나 쓰는 험한 말투. 게다가 무장을 했는지 발소리는 일반적인 신발이 아닌 전투화의 발자국소리이다. 그리고 문을 발로 차는 소리가 들린다. 다행이라면, 저 문은 꽤나 튼튼하게 잠겨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총알이 뚫을 수 없을 리는 없다. 그래 보았자 나무로 된 문일 뿐이다. 그리고 나는 임무를 이행해야 한다. 이 몇 가지 사실에서 나는 하나의 결론을 도출했다. 살기 위해 이루어지는 계산의 과정. 그리고 나오는 결론. 아끼는 도구는 쓰라고 있는 것이다.

나는 문 뒤에 있을 독일군을 향해 난사한다. 이미 장전은 되어 있다. 급한 상황에 쓰기 위해서다. 그렇게 총알은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폭발을 시작한다. 다음으로 강선을 따라 회전한 후, 총구를 떠난다. 마지막으로 문을 관통하여 사람을 꿰뚫는다. 잠시간의 단발마가 울린다. 그렇게 문을 강제로 열려 하던 독일군은 죽어 넘어진다. 사용한 탄환은 열 발 정도. 살기 위한 몸부림을 치기 위해 말이다.

총소리가 울리지 밑에서는 갑자기 소란스러워진다. 그리고 마을 입구에 독일군이 하나하나 나타난다. 그리고 나는 속으로 중얼거린다. '싸울 시간이다.' 나는 톰슨을 등에 걸고 Kar98k 소총을 꺼낸다. 이 정도 거리라면 톰슨은 사용하기 힘들다. 하지만 소총은 아니다. 이 소총에 달려 있는 스코프는 4배 정도 되는 것이다. 이 정도 거리에서 쓰기 좋다. 이 정도 거리라면 아주 좋다. 짧은 기간이지만 저격수 훈련도 받았다. 할 수 있다.

나는 그렇게 스스로 자기 암시를 걸고 있었다.

이제 곧 이 소리를 듣고 몰려올 자들이 생각났다. 아니, 상기되었다. 이제 곧... 아무리 자기 암시라도... 한계다. 하지만 끝까지 해 보아야 한다. 

나는 집어 든 소총을 보았다. 다섯 개의 탄환이 하나로 묶여 있다. 저격용 탄환은 아니다. 구하기 힘드니까 말이다. 따라서 나는 일반적인 소총탄을 사용한다. 하지만 별 차이는 없다. 꽤나 잘 만들어진 소총탄이므로. 그래서 나는 이 소총탄을 사용했다. 지금까지... 그리고 이 전쟁이 끝날 때 까지는 사용할 것이다. 살사나간다면 이것도 놓을 수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만... 사람을 죽여서 살자. 역설적이다. 더할 나위 없이. 하지만 이것으로 생각은 끝이다. 죽음의 향연을 위한 시간이다. 이제는. 

Kar98k 소총을 창문에 걸쳐 놓는다. 마을 입구에는 벌써 다섯 이상의 독일군이 보인다. 경계 태세로 다가온다. 그럼... 먼저 하나. 가장 앞의 병사를 향한 뒤... 숨을 멈춘다. 이때는 나만의 시간이다. 숨을 멈추면 떨리던 손이 진정된다. 그리고 나에게는 내 심장소리 밖에는 들리지 않는다. 고함소리도... 발소리도... 이제는 들리지 않는다. 다만 보이는 것은 어둠 속의 십자로 나누어 선 동그란 빛. 부채꼴의 빛 네 개. 엷은 선으로 갈라선 뒤, 그 가운데에 한 사람의 머리가 위치한다. 마지막으로 당겨지는 나의 오른손 검지. 그렇게 한 생명이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하나의 죽음은 분노를 부르고 둘의 죽음은 복수를 부르지만 셋 이상의 죽음은 공포를 부른다. 물론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 한 병사의 죽음과 한 명의 부상자라면 진격을 멈출 수는 있다. 잠시간이나마. 고로 나는 다음 상대를 향한다. 그리고 한 사람의 발목에서 피가 나온다. 그리고 쓰러진다. 여기까지가 나의 할 일. 이제 후퇴해야 한다. 그들의 모습에서 연민을 느끼기 전에.

마지막으로 본 그들은 시체와 부상자를 수습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그들에게는 복수할 만한 저격병은 없다. 내가 방금 쏜 둘이 가지고 있던 것은 Kar98k-scoped. 내가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둘이라면 더 이상은 있기 힘들다. 보통 하나에서 많아야 둘이므로.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이미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물론 문 앞의 군인에게서 탄환을 빌리는 것은 잊지 않았다. 그리고 핸드 그레네이드 두 개도 얻었다. 동의는 필요 없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이니 말이다. 당연히 갚을 생각은 없다. 갚을 수는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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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미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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