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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4.07 부끄러워진 답, 기독교

어떤 속담이 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사실 이는 대표적인 오역 중의 하나이다. 원어대로 번역하자면, “피할 수 있다면 전력으로 피하고, 정 불가능하다면, 흘려보내라.”


피할 수 없다고 즐기면, 그저 우리네 삶이 갈려나갈 뿐이다. 


지금 여기에서 사람이 갈려나가고 있다. 그 갈려나간 자리에 술을 부어 아프지 않게 할 수는 있겠지만, 과연 그것이 해답일까. 우리의 이 고통들에 대하여, 누가 설명이 필요하다. 대체 왜 우리는 이따위로 고통스러운, 부조리한, 설명할 수 없는, 지금 여기에 지옥이 있는 삶을 쓸데없이 이어나가야만 하는가? 우리는 어디서 '평안'을 찾아야 하는가?


많은 사람들이 힐링을 찾고, 쿨한 것을 갈구하며, 새로운 것을 찾는다. 모든 논리는 단순하다, 단지 지금 여기만 아니라면, 지금 여기의 이 지옥만 아니라면, 그 어디라도 행복하리라는 믿음이다. 강신주를 좋아하는 것도, 종교적 인기를 얻는 것까지도, 결국 그 맥락이다. 지금 여기의 지옥, 모든 이들이 방황하며, 모든 단단한 것들이 표류하는 사회. 그 곳에서, “괜찮아”라는 말과 함께 "너는 올바른 것을 택하였다"라는 대답을 원하는 것이다. 


정답만을 요구하는 사회, 하지만 그 누구도 정답을 알려주지 않는, 바쁜 시대. 우리가 택한 것이 정답인지, 그에 대한 확신을 추구하지만 과연 찾을 수 있을까. 어떤 이들은 교회로 올 것이고, 어떤 이들은 강신주를 찾는다. 강신주는, 인문학은, 멘토들은, 베스트셀러 책장에 가득한 자기계발서들의 정답'들'의 담론투쟁은, 분명 평안을 제시하고 있다. 


강신주, 인문학, 인디, 홍대, 그 모든 '대안'들은, 삶의 빈자리를 채워주려 하는 '충만함'을 전제한다. 그 충만함의 크기만큼, 우리는 각자 삶 속의 고통들이 빠져나간 공허함이 있을 것이다. 그 자리를 채워주고 우리를 온전하게 하는 이를, 우리는 구세주로 모셨다. 어떤 이에게는 예수, 어떤 이에게는 강신주가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교회보다는 강신주가 훨씬 세련되고, 보편적이고, 어디 가서 부끄럽지 않다. 강신주라는 이름은, 소비자들에게도 권력이 된다. 


교회가 강신주와 동일한 정답만을 주려 한다면, 교회는 강신주에게 자리를 빼앗길 것이다. 교회는 “너는 좋은 몫을 택하였다.”와 “이 죄인아!”의 사이에서 헤매고 있을 뿐이다. 개인을 끝없이 낮추고, 절대자에게 모든 것을 의지하는 것은, 어느 정도는 인간의 본성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일상의 용어로 번역돼서 보편적 ‘상품’이 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예수는, 우리에게 '죄를 용서하는 권한'을 주었다. 우리의 죄를 사하는 조건은 이웃의 죄를 용서하는 것, 빚을 사함받는 조건은 이웃의 빚을 사해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웃의 빚을 아무 이유없이 사해주어야 한다. 누가 보아도 오답인 선택이다. 


모든 사람이 동등하고, 평등하며, 모든 이들의 선택이 그 자체로 옳다 인정된다. 거기에 정의가 있고, 하느님 나라의 공의가 있다. 하느님 나라는 거기에 있다. 천국은 분명 틀린 답이다. 지금의 기독교는 틀린 답이 아닌, 똑같은 정답을 제시하려 한다. 


예수는 분명 우리를 친구로 불렀는데, 우리는 그를 구세주의 자리로 올리고, 스스로는 한낱 노예의 자리로 내려가려 한다. 하지만 예수는 우리의 자리로 내려 올 것이고, 함께 노예로서 서고, 걷고, 울고, 울부짖고, 아파하며, 통곡할 것이다. 우리가 예수를 노예로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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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미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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